네펜데스를 키우는 분들 중 병충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식물보다 병충해에 강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몇 년 키워보니 특정 벌레들은 오히려 이 식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나는 응애와 진딧물 피해를 각각 몇 번씩 겪으면서 대처법을 몸으로 익힌 입장에서, 이번 포스팅을 통해 초보자가 자주 겪는 병충해 종류(응애, 진딧물), 병충해 대처법(조기 발견과 격리, 친환경 방제, 화학 방제가 필요한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습관까지 하나씩 정리해서 알려드릴까 한다.
초보자가 자주 겪는 병충해 종류
몇 년 키우면서 가장 자주 마주친 병충해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응애
이름이 응애로 참 귀엽지만 나에게는 정말 싫은 병충해다. 응애는 눈에 잘 안 보일 정도로 작아서, 피해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알아채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벤트리코사 잎 뒤쪽에 미세한 노란 반점이 하나둘 생기는 걸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2주 만에 잎 세 장 전체가 누렇게 변색되는 걸 보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돋보기로 잎 뒷면을 확인해보니 깨알보다도 작은 붉은 점들이 잔뜩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응애를 처음 육안으로 확인했는데, 그 작은 크기에 비해 피해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그날 제대로 실감했다. 특히 실내가 건조한 겨울철에 응애가 유독 잘 번진다는 걸 그 뒤로도 몇 번 겪으면서 알게 됐는데, 습도가 낮을수록 응애 번식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겨울철 습도 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됐다.
출처 : 농촌진흥청
진딧물
진딧물은 응애보다는 눈에 잘 띄는 편인데, 새순이나 어린 줄기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새로 나온 새순 끝에 초록빛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는데, 세어보니 한 새순에만 스무 마리 가까이 붙어 있었다. 방치했다가는 새순 자체가 기형으로 자랄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날 바로 손으로 하나씩 떼어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손으로 떼어내는 데만 거의 삼십 분 가까이 걸렸는데, 그 뒤로 사나흘 간격으로 새순을 계속 확인하면서 다시 나타나는 개체를 그때그때 제거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병충해 대처법
병충해를 발견한 뒤로는 단계별로 대처하는 나만의 순서가 생겼다.
조기 발견과 격리
병충해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하는 건 그 화분을 다른 화분들과 최소 1미터 이상 떨어뜨려 놓는 거였다. 나는 처음 응애를 발견했을 때 격리를 미루다가, 일주일 만에 옆에 있던 다른 화분 두 개까지 피해가 번진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의심 증상을 발견한 즉시 격리부터 하고 원인을 확인하는 순서로 바꿨는데, 이렇게 하고 나서는 피해가 다른 화분으로 번지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격리할 공간이 마땅치 않을 때는 큰 비닐봉투로 화분 전체를 살짝 씌워서 다른 화분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임시방편도 써봤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는 도움이 됐다.
친환경 방제
초기 단계라면 물로 씻어내거나 님오일을 희석해서 뿌리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진딧물을 발견했을 때 먼저 흐르는 물로 새순을 씻어내고, 그 뒤 님오일을 1000배 정도로 희석해서 사흘 간격으로 세 번 뿌렸는데, 그 정도로도 대부분 사라지는 걸 확인했다. 님오일은 처음에 농도를 진하게 썼다가 잎끝이 살짝 타는 걸 겪은 뒤로는, 반드시 제품 권장 농도보다 연하게 희석해서 쓰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뿌린 뒤에는 직사광선을 피해 그늘진 곳에 두는 것도 잊지 않는데, 님오일을 뿌린 상태로 강한 빛을 받으면 잎이 상하기 쉽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출처 : 인천광역시농업기술센터
화학 방제가 필요한 경우
응애처럼 번식 속도가 빠르고 친환경 방제로 잡히지 않을 때는 살비제 같은 전용 약제를 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님오일로 열흘 넘게 버텼는데도 응애가 계속 늘어나는 걸 보고, 결국 원예용 살비제를 구입해서 사용 설명서에 적힌 희석 비율 그대로 뿌렸다. 약을 뿌리고 나서는 포충낭 소화액에 약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약제가 마를 때까지 이틀 정도는 포충낭 입구를 랩으로 살짝 덮어두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한 번 뿌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알에서 부화하는 시기를 고려해서 일주일 뒤 한 번 더 뿌려야 완전히 잡힌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는데, 이 두 번째 방제를 놓쳐서 응애가 다시 번진 경험이 있어 이후로는 반드시 재방제 일정까지 달력에 표시해두고 있다.
출처 : 농촌진흥청
재발 방지를 위한 습관
한 번 병충해를 크게 겪고 나서는, 재발을 막기 위한 습관들을 몇 가지 만들었다.
정기 점검 루틴
일주일에 한 번, 돋보기를 들고 잎 뒷면과 새순을 꼼꼼히 확인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나는 예전엔 잎 앞면만 훑어보고 넘어갔는데, 응애나 진딧물 모두 잎 뒷면이나 새순처럼 눈에 잘 안 띄는 부위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그 사건 이후로 알게 됐다. 이 점검을 시작한 뒤로는 큰 피해로 번지기 전에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점검하는 요일을 아예 정해두고, 물 주는 날과 겹치게 루틴을 짜니까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챙기게 됐다.
새 개체 검역
새로 들인 개체는 최소 2주 동안 기존 화분들과 떨어뜨려 따로 관리하는 것도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예전에 새로 분양받은 개체를 바로 사육장 안에 합쳐놨다가, 그 개체에 붙어있던 응애가 기존 화분들로 옮아간 경험이 있다. 그 뒤로는 아무리 상태가 좋아 보이는 개체라도 반드시 2주 격리 기간을 거친 뒤에 합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격리 기간에는 새 개체에 예방 차원에서 님오일을 한 번 미리 뿌려두는데,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이는 개체라도 미세한 유충이 붙어 있을 수 있어서 이 절차만큼은 건너뛰지 않고 있다.
출처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익스텐션
정리
네펜데스도 응애와 진딧물 같은 병충해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조기에 발견해서 격리하고 초기엔 친환경 방제로 대응하면 대부분 큰 피해 없이 넘길 수 있었다. 정기 점검과 새 개체 검역이라는 두 가지 습관만 지켜도, 병충해가 크게 번지는 일 자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확인했다. 처음 응애로 잎 세 장을 통째로 잃었을 때는 속상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지금은 병충해가 보이자마자 침착하게 순서대로 대처하는 요령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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